조선인 자본가들은 차별받았나?

일제시대에 자유로운 시장 거래가 이루졌다고 하더라도 총독부가 인허가, 관급 공사 수주 과정 등에서 일본인들에게 특혜를 주었다면 조선인들은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조선인들은 시장 경제의 틀 안에서 수탈당했다고 할 수 있다. 일제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일까?

1910년에 제정되어 10년 뒤 폐지된 회사령은 조선 내 회사 설립은 총독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역사넷 (http://contents.history.go.kr/front/tg/view.do?treeId=0106&levelId=tg_004_1620&ganada=&pageUnit=10)은 회사령을 “조선 총독부가 한국의 민족 자본과 공업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렇게 보는 근거로 “1910~1919년 회사 설립 상황을 살펴보면, 조선인 회사가 27사에서 63사로, 일본인 회사는 109사에서 280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일본인 회사 쪽이 회사 설립 허가를 훨씬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비율을 계산해 보면 조선은 회사는 2.33배(=63/27) 증가, 일본인 회사는 2.57배(=280/109) 증가 — 이 둘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회사령은 조선인 뿐아니라 조선에 진출하려는 일본인 기업가들에도 적용된 것으로 조선인들에게 특히 엄격하게 적용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총독부가 회사령을 도입하려 하자 일본인들이 이에 반대했으며, 1920년 회사령이 폐지된 것은 조선인들의 민족 차별에 대한 항의 때문이 아니라 이 법 때문에 조선 진출이 어렵다는 일본 자본가들의 불만 표출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회사령은 제정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것이 되었는데 회사령의 존재를 근거로 조선총독부가 자유방임주의가 아니라 개입주의 국가 (interventionist state)였다는 조장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제시대에 커다란 부정부패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렇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식민지기의 권력형 비리를 다룬 논문을 본 적이 없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면 죽창 한국사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 들어 많은 논문을 썼을텐데 말이다.

비민주적 식민지 지배 아래서 지대 추구 행위가 없었을 리 없다. 지대가 민족간에 어떻게 배분되었는지는 앞으로 연구해 보아야 할 흥미로운 이슈다. 그런데 인허가를 내 주고 관급 공사자를 선정하는 총독부 관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조선인 자본가들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 특권을 일본인에게 주거나 조선인에게 주거나 떡고물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인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약자인 조선인들로부터 총독부 관리들은 더 많은 뇌물을 뜯어 낼 수 있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조선인들에게 더 많은 특혜를 주려고 했을 수도 있다. 또 조선인들에게 지대를 배분해 주면 그들을 식민 지배의 파트너로 포섭하고 그렇게 해서 식민 지배 체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추가적 이점도 있다. 총독부가 망해 가는 “민족 기업” 경성방직회사를 재정 지원해서 회생시킨 사실은 이런 정치적 고려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小林英夫、植民地への企業進出 朝鮮会社令の分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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